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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소식] 정림학생건축상 2025 <고고학자와 발명가> 대상 - 김지훈



정림학생건축상 2025 <고고학자와 발명가>에서 김지훈(19, 건축학)학생이 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주최>
정림건축문화재단

옹벽 품은 집

서울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오래된 옹벽과 낡은 주택. <옹벽 품은 집>은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서울의 익숙한 풍경에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 시작한다. 경사주거지에서 건물을 세우기 위해 단단히 세운 옹벽을, 이제는 새로운 공간의 가능성을 펼쳐 보이는 기회로 삼아본다.
대상지의 역사와 주민들의 일상을 이해하기 위해, 옹벽과 조사 대상이 어떻게 여기까지 남아 있게 되었는지를 발굴한다. 대상지에는 서로 다른 시대에 지어진 담장과 옹벽의 흔적들이 뒤섞여 있으며, 축대마을의 도로와 건물 경계면을 통해 옹벽의 축조 방식과 시대적 흐름을 읽어낸다. 또한, 건물과 옹벽 사이에는 확장된 불법 증축물, 옹벽 위의 사유화된 공간, 해가 들지 않는 어두운 구석들이 자리한다. 이들은 조사 대상의 환경적 결함이자, 공간의 재구성과 새로운 발명을 위한 단서들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 속에서 우리는 고고학자의 눈으로 과거의 흔적들을 분석하고 발명가의 감각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과정을 거친다. 기존 경사 주거지를 직접 관찰하고 기록하며, 연와조 건물과 옹벽 사이의 환경적 열악함과 층별·세대별 동선의 단절로 인한 조각난 공동체를 인식한다. 전후면의 불법 증축을 통한 사유화 현상 역시, 대부분 실내외 공간 활용에 제약을 주고 있음을 확인한다. 우리는 옹벽을 단순한 물리적 방어체가 아닌, 옹벽과 건물 사이의 외벽으로 재해석하여 사이 공간이 보행 동선이나 만남의 장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도록 유도하는 기능적·정서적 공간을 제안한다.
이 과정에서, 두 가지 발명이 고안된다. 구조적 발명인 ‘크로스앵커’는 노후된 옹벽의 안정성을 보완하며, 연와조 건축물의 구조적 변경을 위한 철골 구조와 결합되어 서로 다른 시대의 구조물을 하나의 안정된 체계로 통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건물의 활하중이 옹벽으로 전달되어 구조적 안정성이 저해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면진장치의 원리를 결합한 보완 시스템을 도입한다. 한편, 환경적 발명인 ‘반사판’은 그늘에 가려진 옹벽 사이의 공간에 자연광과 환기를 불어넣으며, 회전 가능한 힌지로 연결된 알루미늄과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를 통해 옹벽의 물성을 극대화한다. 빛이 부족한 날에는 조명으로 작동하여 쾌적한 환경을 조성한다. 이 두 발명은 과거의 구조적·환경적 결함을 새로운 기능으로 전환시켜, 경사주거지에 숨어 있던 잠재적 가치를 드러낸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기존 환경을 존중하면서도 새롭게 개선해 나가는 방식’이다. 이 지역이 수십 년간 품어온 옹벽의 흔적을 무시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설계의 일부로 받아들이면 어떤 모습이 완성될지, 낡아버린 옹벽이 주택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주민들의 일상에 작은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해 묻는다. 설계부터 시공에 이르는 현실적 요건을 충족하는 과정을 통해, <옹벽 품은 집>은 경사지 주거의 실질적 가능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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