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준(19, 건축학)학생이 최우수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주최>
신영문화재단
Poetics of Tectonic
한양도성은 한성부의 경계이자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방어하기 , 위해 축조된 성이었다. 시간은 흘렀고, 한양도성은 일제 식민지, 전쟁, 근대화를 거치며 그 흔적이 점차 희미해졌다. 현대로 넘어와서야 한양도성에 대한 대대적인 유지관리가 이어졌으나 도면에 근거하지 않은 무차별적인 복원으로 인해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거부되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이후 한양도성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는데, 특히나 2013-14년에 걸쳐 발굴되어진 남산 한양도성 유적을 '진정성의 충족'을 위해 보존 처리한 점은 앞으로 발굴될 한양도성의 유적들을 최대한 원형 그대로 보존하거나 도면 등의 구체적 자료에 입각한 복원만 허용하겠다는 의지로 보이기도 한다. 유적을 대하는 태도가 유네스코 운용지침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상황은 한양도성을 오로지 보호해야 하고 건드려서는 안되는 것으로 만들었다. 훌륭한 전시품으로서 시민들에게 한양도성의 가치를 홍보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으나, 유네스코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유적을 보존해야만 할 것 같은 윤리적 압박에서 벗어나 한양도성을 더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프로젝트는 이 지점에서 출발하였다.
지난한 5년의 설계교육과정 동안 나는 건축을 구축적인 관점에서 탐구해왔다. 내게 보는 지붕을 견디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기둥은 보를 받치기 위해 존재했으며, 기초는 하중을 땅으로 넘겨주기 위해 존재했다. 부재들은 그 자체로서 존재의 의미를 가지는것이 아니라, 중력 아래에서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이루며 비로소 각자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결국 건축은 중력장이라는 특수한 상황속에서 형성된 산물로서, 특정 부재가 건축물의 일부가 되는 조건은 그것이 서로 다른 부재와 하중을 주고 받는 역학 관계 하에 공간을 만들 때이다. 이러한 태도를 바탕으로 구축적 특질을 상실한 건축 문화 유적을 구축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시도를 한다. 그동안의 보존, 복원의 논쟁적인 문제에서 한발짝 떨어져, 구축적 재해석이라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안함으로써 건축유적을 대하는 대안적 방안을 제시한다.
현재 건축으로서의 지위를 잃고 전시의 대상이 되어버린 한양도성 유적을 구축적인 관점에서 해체한다. 한양도성 유적이 새로운 부재들과 얽히고 설켜 서로 하중을 주고받으며 결구되어지는 순간, 유적은 다시금 건축으로서 드러나며 전시의 대상이 아닌 전시의 주체로 전환된다. 이는 건축의 특질을 잃었던 유적이 다시금 '건축'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새롭게 개입할 건축 요소들은 철저히 기존 한양도성의 구축적 원리를 존중한다. 유적지 근처에서 발견되어지는 한양도성의 흔적들을 살펴보면, 수직이 아닌 사선으로 비스듬히 돌들이 쌓여져 있다. 쌓여진 돌들 뒤로는 두터운 흙벽과 파쇄석들이 실질적인 구조체가 되어 돌들을 받쳐주고 있다. 결국, 겉으로 보이는 가공된 석재들은 마치 마감재와도 같은 것이고, 흙벽과 파쇄석들이 실질적인 구조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구조적 흙벽 덩어리는 텍토닉한 목구조로 치환되는 재해석 과정을 거친다. 이를 통해 비스듬히 쌓인 한양도성 유적을 받치고있는 구조체는 프레임 구조로서 빈 공간을 만들어내고, 마치 역보와도 같이 구조를 위로 돌출시켜 구축을 강조하여 드러낸다. 목구조가 땅과 만나는 부분은 원시적인 형상의 주춧돌과 철을 매개로 연결됨으로써, 불규칙적으로 변화하는 땅의 기울기에 유연하게 대응한다.
이러한 단면 설계를 하나의 유닛 삼아, 한양도성 추정선을 따라 총 4개의 분절된 매스가 점진적으로 크기를 줄여가며 배치된다.
낮은 곳에 배치된 두 개의 매스는 전시관으로 활용되고, 경사를 따라 높은 곳에 배치된 두 개의 매스는 파빌리온으로서 기존의 산책로와 이어진다. 추정선에 따른 배치 과정에서 생겨난 꺽임은 자연스럽게 틈들을 만드는데, 이 틈들은 주변의 길들로부터 연결되어지고, 인접한 출입구로 향한다. 이로써 주변의 모들 길들과 막히지 않고 연결되며 주변에 녹아드는 한편, 스스로의 존재감 역시 돌출된 역보를 통해 표현한다.
건축물 내부로 진입하여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은 크게 지상에 노출된 밝고 명쾌한 텍토닉에 의한 공간과 땅에 파묻혀 어둡고 막힌 스테레오토미의 공간으로 구분되는데, 구축법에 따른 상이한 성격의 공간들에는 각각의 성격에 맞추어 프로그램을 지정한다. 텍토닉한 공간의 경우, 차양을 겸하는 역보 아래로 전시실과 카페, 사무실, 쉼터, 교육실 등을 지정하고, 각각의 공간들은 매스 중간중간에 조선신궁 배전터, 남산 분수대 유적, 조경시설들을 끼워 넣어 명확하게 분리시켜 준다. 스테레오토미의 공간에는 이러한 공간들을 보조하기 위한 서비스 시설, 극장, 창고, 기계, 전기실 등이 배치되면서 전시관 원활한 운영을 돕는다.
최종적으로 한양도성 유적의 돌, 새롭게 가공된 돌, 목재, 철, 콘크리트 등은 서로의 필요에 따라 적절히 맞물림으로써 쓰러지려는 한양도성 유적의 돌을 받쳐내는 역학적 관계가 표현적으로, 시적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이것이 발굴지 전체에 적용되는 과정에서는 스케일과 배치의 조정을 통해 주변 도로와의 원활한 호흡으로 연결되며 땅에 안착하고, 이곳의 특수한 장소성을 포착한다.